
누구나 기록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제·특징·지역 등으로 기록물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석마와 기록이 함께 지켜온 시간
2026년 말(馬)의 해가 밝았습니다.
말은 예부터 길을 열고, 위험을 먼저 알아차리며, 사람보다 앞서 묵묵히 서 있던 존재였습니다.
경남 고성의 석마(石馬)마을에는
지금도 그런 역할을 해온 석마(石馬)가 남아 있습니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이 석마(石馬)는
외부의 위험과 재앙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수호의 상징으로 전해집니다.
움직이지 않지만, 마을의 가장 앞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켜온 존재입니다.

석마(石馬)마을 당산나무 옆 석마(石馬) [경상남도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 608]
1974년 경상남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마(石馬)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신앙되어 왔다.
제작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화강석을 거칠게 다듬어 머리와 몸을 일직선으로 표현하고, 귀·눈·코·입·꼬리는 선각하였다.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석마(石馬)를 세웠다고 전한다.
마을의 안정과 태평을 기원하며 정월대보름에 마장군제를 지내고, 이튿날 지신밟기를 행하였다. 『고성군지』, 1980 ・이미지 출처 : 국가유산청
그런데, 이 석마 가운데 한 마리는 지금과 달리
오랫동안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그 답은 문화재 보수기록에 남아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그 석마(石馬)는
돌담 아래에 묻힌 채 말 등만 드러낸 상태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돌담 아래에서, 머리도 다리도 아닌
등을 내민 그 모습은
마치 “나는 아직 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조용히 전해오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돌담 아래에 묻혀 있던 석마의 모습
머리와 몸체가 분리된 채, 말의 형상만이 남아 있었다. 「석마보수공사」 (고성군 문화관광과, 1992,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보수 과정은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었습니다.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기록을 따라 하나하나 되짚으며,
‘고치는 일’이 아니라 지켜온 시간을 존중하는 일로 복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석마조사 보고서 : 석마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를 정리한 기록으로, 석마(石馬) 1기가 주변 축대석에 묻힌 상태로 확인되었음을 보고한다.
기록에는 석마(石馬)의 현 위치와 보존 상태를 고려해 원형을 유지하는 보존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석마보수공사」 (고성군 문화관광과, 1992,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돌담을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말의 위치와 방향을 확인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끝에
석마(石馬)는 다시 제 모습을 되찾아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석마 복원을 위해 돌담을 해체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형에 맞게 복원·재설치된 석마. 복원과정에서 석마의 머리와 목 부분을 화강석으로 연결한 모습
[「마암석마보수공사」 (경상남도 문화예술과 1993,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이렇게 석마는, 준공 당시 마을 사람들이 새로 만든 석마(石馬)까지 더해 한 때 세 마리가 함께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만든 석마(石馬) 한 마리가 도난 당하면서,
지금은 원래의 석마(石馬) 한 쌍만이 묵묵히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습니다.

복원 당시의 모습 (1993)
한 마리가 돌담에 묻혀 있던 동안, 사람들은 홀로 남은 석마를 안쓰럽게 여겨 석마를 하나 더 새로 만들어 세웠다.
이후 석마가 복원되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이곳에는 한때 석마 세 마리가 함께 서있었다.
[「마암석마보수공사」 (경상남도 문화예술과 1993,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기록은 말합니다.
수호는 언제나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돌담에 묻혀 등만 내민 채, 시간을 견디는 일이며,
때로는 잃어버린 한 마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석마(石馬)와 기록이 지켜온 시간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닙니다.
흩어진 순간들을 다시 모아 우리의 오늘을 지탱하고,
내일을 향해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힘입니다.
2026년 오늘,
두 마리 석마(石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기록은 그 수호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준
조용하지만 단단한 증인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석마보수공사」 (고성군 문화관광과, 1992,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말의 해를 맞아,
석마(石馬)와 기록이 함께 완성한 수호의 시간을 기억하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경남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의 석마(石馬) 앞에서
기록이 지켜온 시간을 직접 마주하며 2026년을 시작해 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