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기록이야기 _ 금서, 다시읽다 : 『조선출판경찰월보』로 보는 식민지 검열과 기록의 구조

작성일
2026-08-24 12:45:04
작성자
경상남도기록원
조회수 :
31

전시전경

전시전경

8월 기록이야기

금서, 다시 읽다 : 조선출판경찰월보로 보는 식민지 검열과 기록의 구조

 

책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기록학의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그 책은 어떻게 금지되었고, 그 과정은 어떤 기록으로 남았는가.”

 

경상남도기록원과 경남대표도서관의 공동기획전 「금서(禁書), 다시 읽다」는 바로 이 문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기록 가운데 하나가 조선출판경찰월보이다.

 

이 자료는 단순한 금서 목록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에서 출판물을 감시하고 검열하며 행정처분을 내렸던 출판경찰의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행정기록이다.

 

따라서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어떤 책이 금지되었는지만이 아니라, 식민지 권력이 출판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고 통제했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다.

(조선출판경찰월보_ 소장처 : 국사편찬위원회)

 

1. 검열은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일제강점기 조선의 출판물 검열은 을사늑약 이후 성문화되기 시작하여 형법, 보안법, 신문지법, 출판법 등의 법규를 근거로 시행되었다

 

1926년 조선총독부 경무국 산하에 도서과(圖書課)가 설치되면서 출판물 검열은 전담 조직을 갖추게 되었고, 검열 결과와 행정처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도 본격적으로 생산되었다

 

『조선출판경찰월보』는 이러한 검열 행정의 체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밀 행정문건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록이 조선인의 출판 활동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민 통치를 위해 출판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이었다.

 

기록학에서는 기록을 이해할 때 기록의 내용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업무 과정에서 생산했는가​를 중요하게 살펴본다.

 

조선출판경찰월보역시 이러한 생산맥락 속에서 읽어야 한다.

 

 

2. ‘금지보다 더 많은 검열의 흔적

 

당시 검열은 책을 단순히 금지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문과 잡지, 단행본 등에 대해 삭제·압수·경고·불허·발매금지·발행정지 등 여러 단계의 행정처분이 이루어졌다

 

즉 검열은 출판물을 없애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문장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유통을 차단하는 등 출판물의 생산과 유통 과정 곳곳에 개입하는 행정체계였다.

 

또한 발행 주체에 따라 검열제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조선인 발행 출판물은 출판법에 따른 허가제와 사전검열의 적용을 받았고, 일본인 발행 출판물은 출판규칙에 따른 신고제와 사후검열의 적용을 받았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는 식민지 검열이 단순한 출판물 통제가 아니라 식민지 사회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3. 숫자로 보는 식민지 출판 통제

 

검열 관련 행정기록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검열 행위가 통계로 관리되었다는 점이다.

 

경무국 도서과의 조선출판물경찰개요에 수록된 한인 발행 단행본 탄압 건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연 도

출 원

허 가

내용 삭제

불 허

취 하

1928

888

817

98

41

15

1929

927

874

55

27

1

1933

1,076

1,052

108

24

-

1934

1,017

1,005

131

11

1

1935

1,204

1,158

247

22

4

1936

1,178

1,126

211

19

22

1937

1,350

1,310

230

32

8

1939

1,847

1,812

75

11

15

[표 출처] 나문경, 일제시대 금서에 관한 연구, p.13 재인용.

 

이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한 건수보다 검열이 지속적으로 행정 관리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1935~1937년에는 내용삭제·불허·취하 등 여러 형태의 처분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1937년에는 검열 사유 가운데 치안방해’ 74, ‘풍속괴란’ 54​이 확인된다.

 

이는 검열이 담당자의 개별적인 판단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과 분류체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기록되고 축적된 행정업무였음을 보여준다.

 

4. 기록에는 기록자의 시선이 있다

 

그러나 조선출판경찰월보에 기록된 내용을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기록은 검열을 당한 저자나 독자가 생산한 기록이 아니라 검열기관이 생산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이 치안방해로 분류되었다면, 그것은 그 책의 객관적인 본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검열기관이 그 책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정보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록에 적힌 치안’, ‘풍속등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질문해야 한다.

 

왜 검열기관은 이 책을 위험하다고 판단했을까?”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기록에 담긴 정보뿐 아니라 기록을 생산한 권력과 그 시대의 시선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이 기록을 생산맥락 속에서 읽는 기록학적 접근이다.

 

 

5. 기록되지 않은 것, 사라진 것을 찾아서

 

검열기록의 또 다른 가치는 사라진 것을 추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검열로 삭제된 문장, 압수되어 유통되지 못한 책, 출판 자체가 좌절된 작품은 기록에 일부 흔적만 남거나 아예 사라졌을 수도 있다.

 

심훈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심훈이 1932년 시집 발행을 위해 제출한 『심훈시가집 제1집』 원고 64편 가운데 20편은 치안방해를 이유로 전문 또는 부분 삭제 지시를 받았고, 이 가운데 9편은 전문 삭제되었다.⁷ 이 시집은 결국 생전에 출간되지 못했다.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_ 소장처 : 심훈기념관)

 

검열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이 작품이 왜 세상에 나오지 못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기록은 존재했던 것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라진 것을 찾아가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검열기록은 남아 있는 출판물과 사라진 출판물을 연결하고, 당시의 출판과 검열의 모습을 복원하는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6. 그래서 우리는 금서를 다시 읽는다

 

일제강점기 동안 확인된 금서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약 500종에 이르며, 1941년 말까지 발매·반포가 금지된 책자는 342종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 숫자가 식민지 시대에 통제된 모든 출판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열로 출판이 좌절된 작품, 삭제된 문장, 유통이 차단된 책, 그리고 검열을 우려해 스로 출판을 포기한 작품까지 생각한다면 우리가 알 수 없는 통제의 범위는 훨씬 넓었을 것이다.

 

조선출판경찰월보는 역설적인 기록이다.

 

당시에는 출판물을 통제하기 위한 비밀 행정문건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식민지배와 검열의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기록이 되었다.

 

당시 권력은 책과 문장을 통제하고 지우려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통제했으며, 어떻게 통제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금서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금지된 책을 다시 펼쳐보는 일이 아니다.

 

금지된 책과 함께, 그 책을 금지했던 행정의 기록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다시 묻는다.

 

누가 기록했는가.

왜 기록했는가.

무엇이 기록되었는가.

무엇이 기록되지 않았는가.

 

 

기록은 누군가의 업무와 판단, 권력과 관계 속에서 생산된 흔적이다.

그렇기에 기록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기록에 적힌 사실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만들어진 맥락과 기록자의 시선까지 함께 읽는 것이다.

 

이번 금서, 다시 읽다전시는 금지된 책을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열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았고 그 기록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생각해보는 자리이다.

 

각주

참고논문 p.59. 원출처: 강영심 외, 일제 시기 근대적 일상과 식민지 문화,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p.199.

참고논문 p.87. 원출처: 정근식, 일제하 검열기구와 검열관의 변동, 대동문화연구51, 2005, pp.3-14.

참고논문 p.71. 원출처: 이중연, 중일전쟁 이후 일제의 출판·독서 통제, 한국문화연구8, 2005, pp.111-115.

참고논문 p.60 식민지 검열의 제도적 특징(1910~1945). 원출처: 정근식, 식민지검열연구와 자료, p.75.

참고논문 p.63 한인발행 단행본 탄압 건수. 원출처: 나문경, 일제시대 금서에 관한 연구, p.13.

참고논문 p.78. 원출처: 한만수, 일제시대 문학검열 연구를 위하여, 배달말, 2000, p.93.

참고논문 p.65. 원출처: 나문경, 앞의 논문 및 문학아카데미1995년 가을호.

참고논문 pp.95-96. 원출처: 신동아, 일정하의 금서 33, 동아출판사, 1977.

 

전시 참고자료

 

일제강점기 제국과 식민지의 출판 검열 자료 DB

본 전시는 위 DB에 구축된 자료 및 해제 내용을 참고하여 전시 콘텐츠를 구성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출판 검열의 제도와 실제 검열 사례를 연구·정리하여 구축한 디지털 자료 DB입니다. 조선출판경찰월보를 비롯한 검열 관련 자료와 해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과제명: 일제강점기 제국과 식민지의 출판 검열 자료 DB 구축

연구책임자: 문한별(선문대학교)

사업기간: 2017년 한국학진흥사업단 한국학분야 토대연구지원사업

과제번호: AKS-2017-KFR-1230005

자료: 한국학자료센터

일제강점기 제국과 식민지의 출판 검열 자료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