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록 이야기 _ 추석, 그 길을 따라

작성일
2026-09-15 11:18:56
작성자
경상남도기록원
조회수 :
8

경상남도행정지도

경상남도행정지도

9월 기록 이야기 _ 추석, 그 길을 따라

 

추석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자주 지도를 들여다보게 된다.

언제 출발해야 덜 막힐까.”
어느 길로 가는 게 빠를까.”

 

휴대전화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여러 갈래 길과 예상 도착시간이 나타난다.

산을 만나면 터널을 지나고, 바다를 만나면 다리를 건넌다.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동 방식이다.

 

하지만 이 익숙한 길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터널이 없던 시절에는 산을 넘었고, 다리가 없던 곳에서는 배를 타고 물길을 건넜다. 지금은 지도 위에 선 하나로 이어진 곳도 한때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경계였다.

 

그리고 그 경계가 길로 바뀌는 순간마다 기록이 남았다.

9월 기록이야기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기록 속에 남아 있는 의 흔적을 따라가 본다.

 

산을 넘던 길, 화살표가 가리키는 길

 

경남의 길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왔다. 그 변화의 한 장면을 창원과 진해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지역 사이에는 산이 놓여 있다. 지금은 자동차로 터널을 통과하지만, 터널이 없던 시절에는 산의 지형을 따라 난 굽은 고갯길을 넘어야 했다.

 

그 변화가 시작된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이 안민터널 도로개설 위치도다.

[99년 창원-진해간 안민터널 도로 (개통관련), 1999,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아직 산에 터널이 뚫리기 전, 도면에는 등고선을 가로지르는 예정 노선이 그어져 있다. 터널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이어질지, 어떤 지역을 지나는지가 선과 기호, 수치로 표시되어 있다.

 

이 도면에는 사람의 모습도, 당시의 분위기도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길이 만들어지기 전 어떤 계획과 결정이 있었는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터널이 뚫리기 전에 길은 먼저 기록 위에서 그려진 셈이다.

 
 

[99년 창원-진해간 안민터널 도로 (개통관련), 1999,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기록을 읽을 때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기록 한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살펴볼 때 그 기록이 담고 있는 의미가 더욱 또렷해진다.

 

두 번째 기록은 계획 속의 길이 실제 길이 된 뒤의 모습을 보여준다.

[99년 창원-진해간 안민터널 도로 (개통관련), 1999,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창원 방면’, ‘마산 방면’.

화살표와 지명 몇 글자가 전부인 단순한 표지판이다. 하지만 터널이 없던 시절에는 이곳에 이런 표지판이 있을 이유도 없었다.

산을 넘어야 했던 길이 터널이 열리면서 화살표 하나로 가리킬 수 있는 길이 된 것이다.

 

위치도가 길이 만들어지기 전의 계획을 보여준다면, 표지판은 그 계획이 현실의 길이 된 뒤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기록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길이 계획되고 만들어져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읽을 수 있다.

 

바다 앞에서 멈췄던 길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이번에는 바다를 만난다.

 

섬이 많은 경남에서 바다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과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리가 없던 시절, 배는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또 하나의 길이었다.

바다는 길이면서 동시에 육지와 섬을 가르는 경계이기도 했다.

 

197148, 거제대교가 개통하면서 거제와 육지가 도로로 이어졌다.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바다 위로 자동차가 오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놓인 것이다

 .

 

[거제대교 개통식/1971/ 거제시/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개통 당시 사진을 들여다보면 새로 놓인 다리만큼이나 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 개통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 곳곳에 남아 있다.

 

[거제대교 개통/1971/ 거제시/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한 장의 사진만 보면 그날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날 남겨진 여러 장의 사진을 함께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사진마다 바라본 장소와 순간은 다르지만, 서로 이어 놓으면 개통 당시의 모습이 조금씩 넓어진다.

[신거제대교 개통식/ 1999/ 거제시,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어떤 사진은 새로 놓인 다리와 주변 풍경을 보여주고, 어떤 사진은 다리를 건너는 사람과 자동차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개통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남아 있다. 각각의 사진은 그날의 일부만 담고 있지만, 여러 장을 함께 살펴보면 한 장의 사진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거제대교/ 1999/ 거제시, 경상남도기록원 소장]

 

이것도 기록을 읽는 한 방법이다. 하나의 기록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된 기록을 함께 살펴보며 그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읽어가는 것이다.

 

기록은 흔히 사실을 압축해 담고, 그 사실 뒤의 감정과 기대는 여백으로 남겨 둔다. 그래서 기록을 읽는 일에는 근거 없는 상상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사진 속 사람과 자동차, 주변의 건물과 표지판 같은 단서를 하나

씩 살피고 다른 기록과 비교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이해해 가는 것이다.

 

사진 속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사진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람과 자동차, 새로 놓인 다리와 주변 풍경은 적어도 그날 그곳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거제대교 개통 기록이 보여주는 것도 단순히 다리가 생겼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배로 이어지던 길이 도로로 이어지고, 바다 앞에서 멈추었던 길이 건너편으로 계속 이어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 길을 따라 사람과 물건의 이동도 달라졌다. 육지와 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일상 속 이동 방식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렇게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서 바라보면 거제대교 개통은 하나의 시설이 완성된 사건을 넘어, 사람들의 길과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 한 장면으로 읽힌다.

 

길의 기록, 사람의 기록

안민터널의 위치도와 표지판, 거제대교의 개통 사진은 서로 다른 모습의 기록이다.

 

하나는 길이 만들어지기 전의 계획을, 하나는 완성된 길의 방향을, 또 하나는 새로운 길이 열린 순간을 보여준다.

 

기록의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가리키는 곳은 사람들의 삶이다.

 

장을 보러 가던 사람, 물건을 싣고 이동하던 사람, 학교와 직장을 오가던 사람, 가족을 만나러 떠났던 사람. 길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생활도 달라진다.

 

그래서 길의 기록은 곧 그 길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기록원이 이러한 기록을 모으고 보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달라졌는지뿐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다.

 

추석, 다시 길 위에서

그리고 9,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길 위에 오른다.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길. 목적지는 달라도 우리는 수많은 도로와 터널, 다리를 지나 누군가에게로 향한다.

 

지금은 휴대전화가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지만, 화면 속에 나타나는 길들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고개를 넘던 길에 터널이 뚫리고, 배로 건너던 물길 위에 다리가 놓이면서 오늘의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들은 도면과 사진, 표지판 같은 여러 기록 속에 남았다.

 

이번 추석, 길 위에서 터널이나 다리를 만난다면 한번쯤 이런 질문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길이 없던 때에는 어떻게 다녔을까.”

 

그 질문을 따라 오래된 사진과 기록을 펼쳐보면, 평범하게 지나쳤던 길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추석에 달리는 이 길도 시간이 흐르면 또 하나의 기록이 된다. 오늘은 너무나 익숙한 도로와 자동차, 휴게소와 내비게이션의 모습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낯선 옛 풍경이 될지 모른다.

 

그때의 누군가도 오늘의 모습을 담은 기록을 바라보며 우리처럼 물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이 길을 어떻게 다녔을까.”

 

추석, 그 길을 따라.

길의 모습은 달라져도 사람들은 길 위에 이야기를 남긴다.
그리고 기록은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잊히지 않게 붙들어 둔다.